고백

익명_227bf6 2017.04.11 조회 수 40 추천 수 0
  나무들이 빨간옷을 벗고 하얀색 얼음옷으로 갈아입고있을때 양팔에 책을안고 학교언덕위를 뛰어가는 너를 처음보았다.
 아니, 자세히 말하자면 내가 처음본너는 휴대폰을 보고있던 나와 부딪혀 넘어져있는 모습이었지. 아픈걸 참는 얼굴로 몇번이나 죄송하다고 말하던 너는 떨어진 책을 주운 후 다시 황급히 뛰어갔다.
 그때 너의 얼굴을 아직까지 잊을수 없는 이유는 찡그려도 가릴수없는 예쁜 너의 얼굴때문이었을까.
3일이 지나고 같은교양수업을 듣고있는 너를 보았고 나는 한번에 알아봤다. 낯가림이 워낙 심했던지라 낯선사람에게 말을 걸어본 적도 없었지만 그날은 내가 미쳤었나봐, 너에게 넘어진날 괜찮았냐고 물어보았다. 그날 무슨용기로 말을 걸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내 용기에 하늘도 감동했는지 그 질문한번으로 우리는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그렇게 나는 겨울바람이 내어깨를 스쳐간지도 모른채 어느새 벚꽃이 기지개를 피고있었다.
  언젠가 나에게 걸려온 전화를 받았을때  수화기넘어 술에취한 너는 나에게 왜 고백을 안하냐고 투정을 부렸다. 사실 우리는 서로의 마음을 알고있었지만 워낙 내 성격이 소심한 탓에 고백을 질질 끌고있었다. 아마 내성격과 반대인 너는 참지못하고 나에게 말한거겠지. 그날 새벽 나는 고백을 하기로 마음을 먹고 다음날 바로 저녁약속을 잡았다. 너를 만나기 30분전, 부모님께 거짓말을 걸렸을때보다, 수능전날 잠안오는 침대위에 누워있을때보다 내마음은 바로잡을수 없을만큼 요동을 쳤다. 약속장소에 도착했다. 저 멀리 빨간색 불빛과 많은사람들 속에 있는 너의모습이 보인다.
  딱2년이 지났다. 나는 지금 너에게 가고있다. 머나먼 하늘 구름위로 산책을 나간 너에게 2년전 하지못했던 고백을 하며 너가떠난자리에 꽃을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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