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나무숲,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면서요?

익명_ea2202 2017.06.09 조회 수 120 추천 수 0



각 대학별 대나무숲은, 신라 48대 임금인 경문대왕 시절 당나귀 귀 소리를 지르던 것에서 유래되었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저도 오늘은 한 번 소리 질러보고 싶어서 조심스럽게 글을 남겨봐요.

사실 요새 총학과 관련된 사건으로 반응이 뜨거운데, 혼자 뜬금없는 글을 남기는 것 같아 죄스럽네요.

곧 시험 기간이라 다들 정신없으실 텐데, 가끔은 한 템포 쉬시며 이런 무의미한 글도 보시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인터넷을 하다 언젠가, 사람은 누군가에게는 벤츠이기도, 누군가에겐 똥차이기도 하다는 말이 기억나네요.

20대 초반, 저는 정말 열심히 연애 했어요. 처음 느끼는 감정에 설레기도, 가끔 나는 싫증에 솔직하기도 했어요.

요새는 잘 없는 일이지만, 어릴 때 정전이 일어났을 때 양초 하나를 켜두면 느껴지는 환함과 따뜻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연애였어요.



양초도 끝이 있듯, 제 20대 초반의 풋풋했던, 그리고 열정적이었던 연애도 끝이 났었어요.

남은 건 떨어져 버린 추억이라는 촛농과, 심지라는 미련 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20대 중반이 시작될 무렵, 저는 정말 좋아했던 그 친구를 잊기 위해 「다른 사람」을 만나는 방법을 선택했어요.

샤워하면서까지 휴대폰을 가지고 들어가, 혹시라도 진동이 울리면 씻다 말고 확인하던 그런 두근거리는 연애가 아닌, 의무적인 연애였어요.

고백 할 때의 쿵쾅거리는 가슴도, 잠들 때의 사랑해 라는 말의 설렘도 없이 그저 「서로 간에 지킬 건 지키는 (가짜) 존중」 이라는 가면을 쓰고 연애 했어요.



물론, 「다른 사람」들을 좋아하지 않았는데 억지로 만난 건 아니었어요. 분명히 호감을 느껴서 만남을 제의했고, 다만 그 호감이 좋아함으로, 그리고

사랑함으로 발전하지 않아 끝을 냈을 뿐이죠.

하지만 더 좋아할 지 확신이 들지 않았음에도, 더 사랑할 지 확신이 들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더 좋아할 수 있을 거라고 「다른 사람」들에게 희망을 북돋아주긴 했어요.

그런 면에서, 저는 정말 그 분들에겐 「똥차」 가 맞아요.



지금은 20대 중반이 끝나가고 있어요. 사실 올해만 지나면 벌써 20대 후반이네요.

방황하며, 또 「다른 사람」을 통해 미련을 떨쳐내며, 더이상의 순수한 연애는 없다고 스스로를 위안할 무렵, 정말 거짓말처럼 누군가를 좋아하게 됬어요.

처음 시작은 똑같았어요. 단순한 「호감」에 만나기 시작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좋아함으로, 사랑으로 변하는게 제 눈에 보였어요.



사람을 만난다는 건, 10 이라는 숫자 뒤에 하루의 시간이 지난다면 1을, 이틀의 시간이 지난다면 2를 붙히는 거라 생각했어요.

일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면 10365 라는 수치가 되는 거고, 26년의 시간이 지난다면 109400 정도의- 수치가 되는 거라 생각했어요.

그래서 아무리 오랜 시간이 지나도, 그 숫자를 읽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백 만이든 천 만이든 일 억이든, 이미 읽는 법은 다 배웠으니까요.

그런데 새롭게 연애를 시작하게 된 친구는, 10이라는 숫자 뒤가 아닌, 위에 올라가더라구요.

하루가 지나니 10¹ 이 되고, 이틀이 지나니 10² 이 되더라구요. 정신을 차려보니 이런 단위의 숫자는 도대체 어떻게 읽어야 하나 할 정도로 긴 숫자가 되어버렸어요.



사람이 진심이 되니 절실해지더라구요. 그렇게 세던 자존심도 다 집어치우고, 그 많던 휴대폰 연락처의 여자 번호 (그저 얼굴만 아는 여사친까지) 도 자발적으로 지우게 되고,

좋아하던 술도 끊고, 담배도 참게 되더라구요. 더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어 아침마다 조깅을 시작하고, 놀고 먹는 것보단 운동을 통해 스스로를 발전시키려 하고,

편의점 도시락 4500원짜리 사먹기가 아까워 1500원짜리 김밥을 사먹으면서도, 데이트할 때 5만원은 우습게 쓰게 되더라구요.



싫어하던 카페모카를 마시게 되기도 하고, 노래의 취향이 바뀌기도 하고, 책이라곤 집에 묵혀있는 전공 책 밖에 없는 (심지어 거의 새거) 사람이었는데, 좋아한다는 소설을,

좋아한다는 시집을 사서 읽게 되더라구요.



사실 해피 엔딩은 아니에요. 지금은 전 사람이 된 제 여자친구가 제 과거를 알게 되었고, 가벼운 사람은 싫다고 했었는데 제가 정작 가벼운 사람이었으니 떠나버렸죠.

믿음이라는 게 사실 가장 중요한 건데, 저와 그 친구 사이에는 그게 생기기가 더이상 힘들었으니까요. 아! 그래도 정말 배운 게 많아요.

때론 그 결말이 찌개에 밥을 넣어먹는 게 먼저냐, 찌개를 덜어 밥에 넣어먹는 게 먼저냐 할 정도로 의미 없는 싸움이 되기도 하고, 다시는 얼굴조차 못 볼 정도로 서로

얼굴 붉히는 사이가 될 지도 모르지만 「가면」을 쓰고 사람을 대하는 게 아니라, 진심으로 대해야 한다고 느꼈어요.



아마 우리 자랑스러운 안양대학생 여러분 (학교 자체가 자랑스럽기보단, 학생 여러분 하나하나의 가치관이 자랑스러워요 :D) 도, 누군가를 좋아하기도, 관심이 가기도,

사랑하기도 하시리라 생각해요. 때론 그게 짝사랑이 되기도, 혹은 받기만 하는 사랑이 되기도 하겠지만 그래도 사람을 좋아하는 감정은 위대한 것 같아요.

누굴 좋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그게 임종을 앞두고 떠오르는 이불킥이 되거나, 평생의 친구들끼리의 놀림감이 되더라도 말예요.

짝사랑이라면 때론 멋진 근육을 보여주기 위해 운동을, 때론 통통함을 감추기 위해 다이어트를, 때로는 지나가는 농담 하나 건네기 위해 유머 프로그램을 보면서 스스로를 발전시켜보세요.

받기만 하는 사랑이라면, 그 받음에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을 이번 기회에 길러보세요. 시작이 어렵지, 막상 시작하면 정말 아무 것도 아니에요!



여행을 떠나면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진다고들 하잖아요. 좋아함으로의 여행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저 역시도, 아직은 사춘기 소년처럼 모자란 부분이 더 많지만, 최소한 어제보다 오늘이 더 마음의 키가 자랐다고 생각 들거든요!

아마 이제는, 단순한 「호감」 만으로 누군가를 만나진 않을 것 같아요. 하지만 다른 누군가를 또 좋아할 마음으로, 오늘은 공강인 날이지만 집 안에 박혀있는 것보다 카페로 가서 무언가라도 해보고 싶어요.



카페모카를 시키고, 「밤편지-아이유」를 듣고, 아직 마저 못 읽은 시집을 읽긴 하겠지만요.






Ps. 아마 저와 친한 분들은 이게 제 이야기인걸 한 번에 알아보시겠지만, 비밀로 해주세요 :) 이불킥 할 게 너무 많아서 이불이 뚫리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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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지 [알려드려요] [필독] 안양대학교 대나무숲 이용 안내 (Ver 2.0)
  • 대신관과 수리관 사이?
    익명_749cd4 2017.07.17 조회 2150

    윈드브레이크 2부 29화에 안양대가 보이는데 나만 보이나? 대신관과 수리관 사이, 에스컬레이터 올라가기 전 언덕 등등

  • 내가 너무 한심해요
    익명_46106d 2017.07.13 조회 2106

    자격증딴다 하고 학원알아보는것도 귀찮고 토익공부도 해야지~ 말만하고 안하고 하루종일 게임 잠 이런일상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해야하는걸 알지만 안하게 되는데 제가봐도 전 노답인것 같아요 남들은 해외여행에 열심히 학원다니고 실습나가고 방학때도 쉬지못한다는데 나는 왜 이 모양인건지 이런생각 아무리 실천을 못하고 달라지지 않는 제가 참 한심한거같아요

  • 통계 17
    익명_4adcdc 2017.07.13 조회 1786

    두 달만 참으면 괜찮겠지 했는데 한 달도 못참겠다 이럴줄 알았으면 좀 친해져놓을걸ㅠㅜ 너무 보고싶다

  • #안대숲 #anyangbamboo
    대나무숲 2017.11.29 조회 1666

    수요일 2교시 채플시간에 채플이 끝난 뒤에 교내 교육혁신원?에서 와서강제로 교육 듣게하고 서명까지 받던데 이거 해당 부서가 실적 올리려고 학생들한테 부당행위하는거 아닌가요? 지난주에 이어 두번 연속으로 그러시네요 그리고 앞에서 피티로 교육하실거면 제대로 준비를 해오셨어야죠 교육마저 엉성... 순간 화나서 교육부에 민원 넣으려고 그랬어요 저흰 그 시간에 채플을 들으러 간거지 교육혁신원에서 하는 교육을 들으러 간게 아닙니다.

  • 학점 3.9
    익명_01634b 2017.06.30 조회 1660

    학점 3.9면 망한건가요 .. 친구들이 망한거라고 하는데 속상합니다.. 나름열심히했는데 ㅠㅠ 어그로아니고 진지하게 물어봅니다

  • ㅋㅋㅋ
    익명_e446ce 2017.07.15 조회 1546

    처음으로 4.0나와서 석차 확인해보니까 과에서 중간등수네요 어이가없네..

  • ocu 생활속의심리학 어떤가요??
    익명_40945e 2017.03.03 조회 1532

    ocu 생활속의심리학 어떤가요?? 신청은 해놨는데 .. 별로 인거같으면 뺄까말까 고민중인데 괜찮은 과목인가요 ? 단톡은있을까요. ocu처음이라

  • 장학금 2등 부터 비율 알고싶어요
    익명_0e3dc3 2017.07.14 조회 1495

    2등부터 정확한 비율이 어떻게 되나요? 누구는 70퍼라고 하고 홈페이지 장학 관련 페이지에서는 55퍼라고 하는데 어떻게 되는지 차이아시는분!!!!

  • 장학금 지급 관련
    익명_6365f0 2017.07.17 조회 1418

    안녕하세요 교육혁신원입니다. 여러분이 목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는 ㅠㅠ 그 장학금! 우리도 빨리 주고 싶은 그 장학금!! 언제 나가는지 방금 장학지원센터에 확인해서 대숲에 올려 둡니다. 이번 주: 아리패널, 학습노트역량개발프로그램 다음 주: 그밖에 모든 프로그램(비교과참가후기에세이 및 누적마일리지 장학금 제외) 이라고 합니다. 교육혁신원 내 교육역량강화센터, 아리비교과센터, 교육품질관리센터에서만 해결되는 부분이 아니라 장학지원센터를 비롯한 교내 여러 부서를 거쳐야만 장학금 지급을 위한 결재가 완료되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리는 점 양해 바랍니다. 그럼 다음 학기에 만나요 안뇽!

  • 석차  10시에 뜬댔는데 안뜨네요
    익명_cdb50b 2017.07.14 조회 1340

    전화해봤더니 1시에 뜬대여ㅠ 핸드폰으론 석차확인도 안되는데 .. 공지시간 좀 지켜주지 아님 모바일로 볼 수 있게 해주던가!

  • 타대학생입니다
    익명_4cde1c 2017.07.13 조회 1161

    야 너말야 다시 너랑 고등학교시절로 돌아가면 너 안양대 안보낼거야. 그놈만나는거 보기 싫으니까

  • OCU 인간심리의 이해 어떤가요?
    대나무숲 2017.08.24 조회 1145

    이번에 처음 OCU들어보는데 인간심리의 이해 들으셨던 분들 후기좀 알려주세요~~

  • 아리패널 장학금
    익명_174fcb 2017.07.14 조회 1079

    아직안들어온거맞죵..? 언제쯤 들어올까요퓨ㅠ

  • 통학충
    익명_dc0345 2017.07.19 조회 1059

    안양에서 1650타고 집가시는분 잇나여 혼자통학하기 외로워서요

  • 배에서 꼬르륵소리..
    익명_0fa25e 2017.03.28 조회 1051

    아침을 먹고와도 연강이라 오후 쯤되면 배에서 꼬르륵소리가 나서 창피해요.. 다들 들리시나요?ㅋ 제발..

  • 우리 학교 학우들 중에
    익명_169e24 2017.07.20 조회 1042

    메갈리아, 워마드, 여성시대 같은 강한 페미니즘 사이트를 즐겨 이용하시는 분 있나요. 인터넷에선 많이 보이는데 현실에선 한다는 사람을 한명도 못봐서요. 다른 의도는 없고 실제로도 계시는지 그리고 오프라인으로 밝힐 용의가 있는지 궁금하네요.

  • 석차
    석차 3
    익명_dbb880 2017.07.14 조회 1038

    학년별석차 나온거에서 15%안에 들면 장학금 받는거 맞죠? 순위마다 금액이 다른가여?

  • 세상을 바꾸는 아름다운수학 ocu
    대나무숲 2017.09.01 조회 999

    얼마나 아름답길래 세상을 바꾸는지는 모르겠지만 저거 들으시는분 계신가요 한번도 못본거같아요 ㅜㅜ톡방같은거 없겠조

  • 성적장학금
    익명_84331f 2017.07.19 조회 993

    자신이 성적장학금 대상자가 되는지는 어떻게 알 수 있나요? 다음 학기 휴학여부가 달려있어요ㅠㅠㅠㅠ 알려주세요ㅠㅠㅠㅠㅠㅠㅠㅠ

  • 학과정원 15프로
    익명_d444d8 2017.07.14 조회 989

    학과정원 15프로 한테 성적장학금 지급으로알고있는데 소수점이나올경우 반올림해서 산출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