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들은 건데요, ‘널 좋아해, 우리 사귀자’라는 말은 그 사람이 몰랐던 나의 마음를 ‘고백’하는 말이어서는 안 되고, 그 사람과 나 사이에 암묵적으로만 공유하고 있던 마음을 언어로써 ‘확인’하는 말이어야 한대요. 고개가 끄덕여지더라고요. 하긴, 정말 생각지도 못하던 사람한테 사랑을 고백 받으면 기분이 좋기보다는 난감할 것 같아요. 혹은, 아예 모르던 사람한테 고백을 받는다면 그건 조금 무서운 기분까지 들 것 같아요. 그래서 일까요? 짝사랑이라는 말이 애절하게 느껴지는 건. 대나무숲에 이성에게 호감을 표하는 글이 자주 올라오네요. 제 생각건대, 이런 글들은 당사자의 ‘생각지도 못한’ 사람이 썼을 것 같아요. 나를 좋아한다는 게 너무 의외의 일이라 ‘고백’을 받으면 난감한 기분부터 들 법한 사이 말이에요. 그게 아니라면 익명으로 글을 올릴 게 아니라 직접 마음을 ‘확인’하지 않았을까요? 뭐, 어디까지나 제 생각일 뿐이지만요. 혼자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떠오른 노래가 있어요. 캐스커의 〈Pluto〉라는 곡이에요. 사운드는 강렬한 일렉트로닉이지만, 노랫말은 애절해요. 태양계에서 방출된 명왕성(pluto)처럼 자신을 ‘버려지기 전부터 보이지 않던 별’에 비유해요. 원래 짝사랑하는 관계를 묘사한 곡은 아닌 것 같지만, 가슴시린 짝사랑을 해 보신 분들도 가사에 빠져드실 수 있을 거에요. 짝사랑 안 해본 사람도 있을까요? 거의 없을 거에요. 짝사랑하는 사람이 그렇게 많다면, 혹시 나도? 누군가에겐 나도 닿지 못하는 별일 수도 있겠네요. 여러분은 생각지도 못하던 사람에게 고백을 받으면 어떨 것 같아요? 내가 관측한 적 없던 우주에서부터 갑자기 비춰온 빛도, 여러분은 사랑으로 쬘 자신이 있나요? “내가 없어도, 아무 상관없이 오늘이 가나요.“ - 〈Pluto〉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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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