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대숲 #anyangbamboo

대나무숲 2017.10.09 조회 수 15 추천 수 0

누구에게나 결점이 있지만

나는 누군가를 볼 때, 결점을 먼저 찾았다

헐뜯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그래야만 그 사람을 혼자 멀리할 수 있어서였다

 

아무도 나를 먼저 사랑해주지 않고,

먼저 다가와주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렇다고 느껴지기 전에,

내가 먼저 그를 거절했다

 

하지만 그 사람은 다르기도 달랐다

결점을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성실하고 착했으며

웃는게 나로 하여금 미소짓게 만들었다

 

그래서 좋아하게 되었다

그래서 말하고 싶었다

완벽한 그대여, 나를 좀 봐주오

나를... 나를..?

 

누군가를 좋아하고 나서야 깨닫게 되었다

남의 결점을 찾는 나는, 결점투성이었다

뚱뚱하고 못됐으며

남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나는 나를 깎아먹었다

모순적이게도, 누군가를 좋아할 수록

나는 더이상 나 자신이고 싶지 않아졌다

사랑을 이루리라는 자신이 없었다

 

멍청한 사랑은 할 수 있었다

불행한 사랑은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내 욕심일 것이고

아름다운 그대가 울게하고 싶진 않았다

 

그렇기에 장송곡을 부르는 상주의 심정보다

더 슬프디 슬프게

나는 이별을 고했다

혼자만의 이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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