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할래요

#안대숲 #anyangbamboo

대나무숲 2018.04.17 조회 수 42 추천 수 0

시나브로,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는 말이 있다. 어쩌면 내 마음이 그랬던 것 같다. 공통점이라곤 거의 없어 이 작은 캠퍼스 안에서도 마주칠 일 조차 흔치 않았던 우리, 그랬건 우리가 우연찮은 어떤 기회로 하나의 공통분모 위에 서로 다른 분자로서 올라섰다.

네가 그랬듯이, 그 시작엔 나 역시도 사실 큰 감흥이랄게 없었으니까. 그런데 그 공통분모 하나가 우리 분자들을 서로 부대끼게 하는 시간이 참 많았더라. 이미 꽤 오래 전 일이 돼버린 이야기지만, 그 때나는 내 시간과 여유를 포기하고 당신들과의 시간을, 그리고 봉사를 감수해야할 자리였다. 비단 나 뿐 아닌 우리 모두가 그랬었지. 그만큼 첫 만남에 서로 수줍고 어색하게 마주 앉았던 우리들은 생각보다 더 빠르게 친해지고 있었던 것 같아.

 

그렇게 조금 편한 사이가 된 후로는 그 흔한 남사친, 여사친 하는 관계들처럼 서로 장난도 치고, 그러다 실수로 선을 넘어 서로의 마음에 크고 작은 생채기 따위도 안겨주고, 다시 화해하고 웃는 얼굴로 마주하곤 하는 관계가 지속됐었다. 개중 어느날 내가 네 앞에서 어디서 본 누가 참 예쁘다는 칭찬을 하다가, 그에 비하면 넌 참 인간적이라서 좋다는 말을 했을 때 네가 짓던 그 표정을 아직도 잊지 못해. 나름 장난이라고 던진 말에 사람 마음이 크게 상할 수가 있다는 걸 내 삶 중에 그 순간 가장 뼈저리게 느꼈으니까. 당시 스물하나라는 마냥 어리지만은 않은 나이에. 그렇게 너와 서로 사이좋게 티격태격 하던 1년.

 

그 이듬해 나는 입대를 앞두고 휴학을 해서 시간이란게 차고 넘치던 시기. 학교를 다니던 때만 해도 이런저런 일로 괜스레 실속없이 바쁘기만 하던 나에게 조금 갑작스럽게 주어진 여유와 시간은 많은 고민과 생각, 곱씹을 추억거리들을 낳게 했고, 그 중에 하나하나 깊지는 않지만 흐드러진 얕고 작은 조각들에 너라는 사람이 은은하게 묻어있더라. 그걸 깨닫고 나서는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어. 하지만 인정하지 않을 수는 더더욱 없었지. 시간이 남아 멍하니 빈 공간을 바라보던 때에, 무심코 목적어도 없이 '보고싶다' 라는 말을 읊조리던 나였던걸. 그런데 만나보긴 커녕 연락 한번 못해봤어. 솔직히 그간 좋아했던 사람, 그렇게 많던 와중에도 변변찮은 고백 한번 못해보고도 하나같이 실패만 겪었던 내게, 뭣보다 입대를 앞두고 있던 내게 그런 감정은 사치라고 여겨졌으니까.

 

결국 딱 입대하는 날, 난 그 전까진 내색도 없다가 갑작스레 '나 간다' 라는 이야기만 네게 메시지로 남기며 쿨한 척을 했고, 입영하는 보충대 안에 가져가는 내 개인 수첩 속에 적어놓은 연락처들 중 네 것은 있지도 않았다. 그러고서 들어간 훈련소에선 그 때 그 선택을 얼마나 후회했는지 몰라. 그 선택과 결심이 무색하게 자대배치 받고 나서는 허구헌날 네게 전화며 메시지며, 그러다 휴가만 나가면 시간 좀 내서 만나달라고 너를 매번 졸랐으니까. 그런 내 부탁을 거절 없이 들어주던 네가, 영화 한편 보고 밥을 같이 먹어주던 네가 어쩌면 내가 군생활을 버티게 해준 가장 큰 동기였던 것 같다. 이 거지같은 경험 끝에는 너한테 떳떳하고 멋진 남자가 돼서 돌아가고 싶었기 때문에. 그런데 언제나처럼 휴가를 나와서 너랑 만나 함께하던 식사 중 넌 내게 이전엔 한번도 안 하던 남자얘기를 하더라. 있잖아, 연애상담 비슷한 거. 그런 걸 네 입에서 듣는게 내겐 너무 생소하고 불안했다. 그것도 하필 내가 이제는 네게 고백하기로 마음 먹었던 날에, 하필이면...

 

그렇게 너와 다른 약속이 있던 이틀 뒤로 디데이를 더 미루며 그 날 헤어지기 전엔 꼭 고백해야지, 하다가 달라붙은 입을 떼어내지 못하고 허무하게 등돌린 뒤, 집으로 돌아가는 열차 안에서 네게 고백이 담긴 장문의 메시지를 남겼다. 1시간을 넘게 걸려 도착한 집에서 네 답장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그 내용 꽤 상투적이었어. 고맙지만, 친구로 남았으면 한다고 했었잖아 너. 근데 다 이해가 가더라. 난 내가 보기에도 친구 이상으로서의 매력을 갖춘 남자는 아니었고, 당시 우울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던 네 상황은 내가 거절당하리란 걸 스스로도 너무 쉽게 예측하게 했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름 있는 힘껏 던진 고백이었다. 그러지 않으면 더 버틸 수 없을 것 같았고, 어떤 식으로든 너와는 결말을 보고 싶었어. 결국 남 같은 사이가 돼 이제는 졸업해서 학교를 떠난 네 소식은 들을 방법조차 없네.

 

잘 지내는지 모르겠지만, 하고싶은 말은 이거 하나야. 고마웠어, 진심으로. 사람을 마주하는게 서툴고 철 없던 내게 진심으로 누군가를 좋아하고 배려하는 법을 터득하게 해준 사람이 너였어. 너에게도 과연 나를 떠올릴 추억거리가 있을까? 만약 있다면 되도록이면 좋은 기억었으면 좋겠네. 두서없이 길었던 글 이제 마무리 할게.

 

이젠 안녕, 잘 지내요. 어디에서 무엇을 하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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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지 [알려드려요] [필독] 안양대학교 대나무숲 이용 안내 (Ver 2.0)
  • #안대숲 #anyangbamboo
    대나무숲 2017.11.02 조회 15

    학교 교직원들에게 불만이 많습니다. 저는 현재 막학기 학생이고요. 학교를 4년동안 다니면서 학교 교직원들에게 쌓인 불만이 너무 많습니다. 전화를 안받는 건 너무 흔한 일이고 뭐 질문만 하면 띠꺼운 표정으로 대답도 잘 안해주고 일을 제대로 안배운건지 모른다고만 하고.. 본인 관할이 아니면 연결해주거나 물어봐주면 되는 걸 굳이 자기는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회피만 하네요..총학 측에 건의하고 싶은 것은 교직원 평가를 강화해주셨음 합니다. 교직원들에게 불만있는 학생 저 하나 뿐이 아닐거에요. 제 주변에도 다 불만이고 졸업한 선배들까지도 교직원들 얘기만 나오면 열받아합니다. 부탁드립니다. 교직원들에게 큰 불만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세요!

  • #안대숲 #anyangbamboo
    대나무숲 2017.11.02 조회 11

    에타보려면 학교인증해야하던데 학교메일 어케보나요...ㅠㅠ

  • #안대숲 #anyangbamboo
    대나무숲 2017.11.01 조회 25

    협성대 17학번 남학우 2명과 미팅하실 분들 구합니다!! 댓글 달아주시면 페메 드릴게요~!!

  • #안대숲 #anyangbamboo
    대나무숲 2017.11.01 조회 17

    정보전기 선거 개판으로했다고...신분확인 대충 용지확인개판이엇다는데..총학..혹은 정보전기선거관리위원회 대의원회 조용하네요? 다끝났다 이거에요? 작년기억안나요?

  • #안대숲 #anyangbamboo
    대나무숲 2017.11.01 조회 12

    A+ A B+ B ..... 의 비율이 어떻게 되나요??

  • #안대숲 #anyangbamboo
    대나무숲 2017.11.01 조회 29

    아까 더드림에서 검정코트 입으시고 노트북 하시던 갈색 긴머리 여자분 더드림 알바분들이랑 친해보이셨는데 같이 앉아 계시던분 혹시 남자친구에요?

  • #안대숲 #anyangbamboo
    대나무숲 2017.11.01 조회 6

    KCU 알기쉬운 철학이야기 단톡방 만들었습니다. https://open.kakao.com/o/g0ejr4B 많이 들어와주세요

  • #안대숲 #anyangbamboo
    대나무숲 2017.11.01 조회 14

    ?베짱이 시화전? 안녕하세요 베짱이입니다! 오늘 11월 1일부터 8일까지 일우중앙도서관 B1층에서 시화전이 진행됩니다! 인증샷을 찍어 SNS에 올려주시면 추첨을 통해 선물도 드리니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 ♀️? ♂️??

  • #안대숲 #anyangbamboo
    대나무숲 2017.11.01 조회 13

    수요일 2교시 채플 맨 뒷자리 앉으셨던 남자분들 진짜 시끄러워요 수업중엔 제발 조용히... 할 말은 카톡으로 해주세여 떠드는 소리밖에 안들림

  • #안대숲 #anyangbamboo
    대나무숲 2017.11.01 조회 30

    이번 선거기간에 또 대숲이 터지는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관리자님 가이드라인 만들어 주세요.

  • #안대숲 #anyangbamboo
    대나무숲 2017.11.01 조회 22

    저기.. 안녕하세요!! 다름이 아니라 이번에 11월 5일날 아리우수인재 1차 합격으로 면접보는 학생인데요...!! 혹시 환경에너지공학과 이신분들..!! 면접 난이도는 어떤가요? 교수님들이 지식을 필요로하는 질문 하시나요?? 그리고 추가합격은 높은 편인가요???

  • #안대숲 #anyangbamboo
    대나무숲 2017.10.31 조회 29

    오늘 5:50분에 수리관6층에서 남성 2분과 엘레베이터 같이 타신 노란색으로 염색한 이름모를 여성분 진짜 제 이상형인데 남자친구있으세요?

  • #안대숲 #anyangbamboo
    대나무숲 2017.10.31 조회 23

    정보전기과 투표하는데 친한사람들은 신분증 검사도 안하고 그냥 투표표용지 막주던데 이럴꺼면 투표하는 이유가 있나요??

  • #안대숲 #anyangbamboo
    대나무숲 2017.10.31 조회 20

    아이폰 학교 와이파이 어떻게 연결하나여...? 계속 비번 틀렸다고 나오는데ㅜㅜ

  • #안대숲 #anyangbamboo
    대나무숲 2017.10.31 조회 17

    우리학교는 현장실습이 따로 없나요? 아니면 취업계랑 똑같은 건가요? 3학년인데 정보가 없어서 여쭤봅니다.

  • #안대숲 #anyangbamboo
    대나무숲 2017.10.31 조회 27

    오늘 아침 점심 수봉관 1003호나 1301호에 검정색 교통카드 보신분 잇으신가요ㅠㅠㅠㅠㅠㅠ 아니면 그 사이에보신분 ㅠㅠㅠㅠㅠㅠㅠㅠㅠ 캌카오 내오인가 제이지 스티커 붙여있어요!!!! 제발 찾아주세요ㅠㅠ 집에 못가요ㅠㅠ

  • #안대숲 #anyangbamboo
    대나무숲 2017.10.31 조회 35

    오늘 학교 아리카페에서 카페모카 시켰다가 카운터에서 제 실수로 다 쏟았는데 직원분들께 죄송합니다ㅠㅠ 제 실수로 쏟았는데도 새로 음료도 주셔서 감사하고요ㅠㅠ 정식으로 다시 사과드릴게요 다음부터는 조심해서 음료가져가겠습니다 항상 카페에서 고생하시는데 감사합니다^^

  • #안대숲 #anyangbamboo
    대나무숲 2017.10.31 조회 17

    ERP회계 수업듣는분들 짜증 안나세요??!! 시험일에 시험보고 수업하고 자격증시험과는 전혀 관련없는 내용만 중요하다고 하고 수업태도도 지나치게 권위적인거같아요 덕분에 ERP에서 멀어지는 학생들만 늘어나는거같네요 ^^

  • #안대숲 #anyangbamboo
    대나무숲 2017.10.31 조회 25

    1.제가 개인적으로 조용한 공간을 좋아해서 그렇습니다 제이동이였던 창업지원센터(?) 1층 새로생긴카페 (흡연부스 옆에) 에서 틀어주시는 음악소리가 일번가에 이동통신사대리점 수준인거같아서 지나가다 신경을 많이 빼앗기는같아 불편합니다. 2.제가 남자입니다 남학우실 사용목적을 숙면이아닌 누워서 모바일기기사용의 목적이신분들이 많으신것 같습니다. 스마트폰 불빛이나 음악소리,영상소리가 세어나오는 경우가 종종있는데, 같이 꿀잠을 위해! 불빛을 끄고 잡시다ㅎㅎ! 3.교내식당(학식)의 의자다리가 쇠로되어서그런지 식사하시고 일어나실때 쇠긁히는 소리가 꾀 큰거같습니다. 의자다리바닥에 마찰방지제 부착하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_^

  • #안대숲 #anyangbamboo
    대나무숲 2017.10.31 조회 22

    오늘 오전 11:30쯤에 2층침대에 잇다가 통화하신 여학우분. 누가 여학우실에서 통화합니까 다른 사람들 다 자고있는데 굳이 거기서 전화통화 했어야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