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편지를 좋아한다. 정확히 말하면 편지를 쓰는 행위를 좋아한다. 종이와 펜의 마찰음을 들어가며 한 글자, 한 글자 꾹꾹 눌러쓰는 나와 너 외에는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는 그 순간을 좋아한다. 이 편지를 받으면 너의 기분이 어떠할까 단어 하나 하나에 신경써가며 그 짧은 편지 한 장에 두어 시간. 적어도 나의 사랑은 항상 그랬다. 너와 함께 했던 짧은 나날이 너에게는 그저 '서로를 알아가는 단계' 였는지 모르겠지만 나에게 넌 어떤 사람이라도 상관없었다. 너와 오롯이 함께 하고 싶었고, 그게 나의 사랑이었다. 나의 편지가 지금의 너에게는 아무 의미없는 종이가 되었겠지만 그것은 너에게 내어준 나의 조각이었음을 언젠가는 알길 바란다. 너에게 나는 어떤 의미였을까. 그저 그렇게 지나간 한 사람이라면 꽤나 서글프겠다. 잘 지내라, 고마웠다.
익명_b5ff4e
2017.0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