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어요. 글쎄요. 그리 오래 본 사람은 아니었어요. 그렇게 많은 이야기를 나눠 본 사이는 아니었구요. 소개를 하자면 아는 사람 정도의 관계, 딱 그 정도였는지 몰라요. 좋은 사람 같아보였어요. 그 사람과 밥 먹을 때, 같이 있을 때. 은근히 그 시간들을 기다렸었죠. 영화를 좋아한다고 했었어요. 저도 영화를 좋아하는 편이었어요. 쾌재를 불렀죠. 말 걸 구실이라도 될까보다 싶었죠. 그렇게 세 달이 지났네요. 겨울에 만나 봄이 지나고 여름이 오네요. 봐야할 날이 적지는 않더라고요. 차마 말을 못했어요, 좋아한다는 말을. 친한 사이도 아닌 우리가 그런 이야기를 한다는게 너무 뜬금 없을 것 같았거든요. 솔직히는 용기가 없었나봐요. 영화보자는 말 한 마디를 못해봤어요. 그 사람, 좋은 사람이 맞나봐요. 좋은 짝꿍을 만난 모양이에요. 여기까지 와보니 아무 말 하지 않았던 게 오히려 잘된 일이었네요. 온갖 핑계로 점철되는 나의 용기없는 모습을 감춰주기에. 조금만 더 용기를 냈더라면 어땠을까요. 저는 잘 모르겠어요. 이제는 그렇게 보고 싶었던 웃고있는 당신의 모습을 봐도 나는 눈조차 마주칠 수가 없네요.